[바르셀로나 교환학생] Drassanes 역 근처 항구
11.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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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블로그 포스팅을 미루다 보니 폭풍 업뎃을 하게 된다. 며칠 간 계속 파티가 있었고 밤에 놀러나가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유럽 친구들의 놀이 문화는 뭔가 적응하기 힘들다. 정서가 너무 다른 듯하다. 보통 클럽에서 자주 만나서 노는데 그냥 자기만의 흥을 소화하러 오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보다 노래에 몸을 맡기고 들썩이고 또 남자 애들 같은 경우에는 (여자 애들과 함께 클럽 간 것도 아니고 여자 애들과는 이런 얘기를 안 나누어서 모르는 것일 수도)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바로 대쉬해서 밖으로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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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는 방식도 그렇다. 어떠한 계기로 알게 된 무리에서 우정을 더 심화시키고 이런 방식이 아니라 끊임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난다. 아마 이들은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친구들과 더 연락을 나누면서 친해지는 것 같은데 아직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궁금한게 마음에 드는 것, 마음이 맞는 것을 알 새도 없이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한 번은 소소한 맥주 모임이라고 해서 나간 술자리가 있었다. 6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어떤 친구가 본인의 플랫메이트들을 자리로 부른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 나누고 이름 외우고, 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북한, 개고기 등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답해주고 그러던 찰나에 갑자기 새로운 무리가 더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막 들어온 플랫메이트라는 애들이 자신의 어학원 친구를 자리로 부른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뭔가 모르는 사람을 부르는 것에 어색해하고 자리에 따라서는 불편해할 것 같은데 여기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나에게는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함께 교환 생활을 누릴 친구를 못 만들 것 같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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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바르셀로나에 온 약 일주일 간 주로 혼자 지냈고,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혼자 무언가 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과정에서 하나 깨달음을 얻었는데 바로 혼자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꼭 교환 왔다고 해서 유럽 친구들을 사귈 필요도 없고 혼자 생활해도 즐겁고 행복하고 다양한 긍정적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까페에 있다가 문득 항구가 가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지하철을 탔다. Drassanes역에 항구가 있다고 해서 바로 그리고 향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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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자유롭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다. 끊임 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외우고 경쟁하고 이런 것에서 벗어나서 그냥 정말 문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보며 걸어보았고, 손을 꼭잡고 걷는 노부부를 보며 수영이랑 저렇게 늙고 싶다는 감정이 떠오르기도 했고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그냥 아름다움이라는 것, 다른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는 그냥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 덕에 당장 내일 시체스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시체스가 기대된다.